쓰면서 자라는 아이들 - 한미화
6 낱말을 만져야 어휘력이 길러진다
낱말을 만지는 경험 강원도에 '고성'이란 지역이 있다.
만약 직접 고성에 가서 '청간정' 이라는 정자에 올라 동해를 본 적이 있다면, 근처에서 매콤새콤한 막국수를 먹었다면 고성은 직접 가서 '만져본' 곳이 된다.
해안도로 를 따라 양양과 속초를 지나 고성으로 갔다면 지도에 그려진 동해안을 직접 보고 구체적인 공간감도 느낄 수 있다.
낱말도 마찬가지다.
인문학자 김경집 선생은 낱말을 만진다'는 표현을 쓴다.
낱말을 책 속에서 만나는 죽은 어휘로 끝이지 말고 직접 관계를 만들어보라는 뜻이다.
모르는 낱말을 사전에서 찾아보고 용례를 만들어보는 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방법이다.
3학년부터 사회 시간에 지리, 역사, 법. 경제, 정치에 해당하는 내용을 배운다.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이다. 어린이에게 어려운 개념이나 어휘일수록 만지는 경험이 필요하다.
조금 쉬운 예를 들어보자.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속담 퀴즈는 전통사회의 삶과 연관되어 있어 그뜻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뜻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낱말을 만지는' 경험이 필요하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부모에게는 뻔한 말이지만 '우물'을 본 적이 없는 어린이에게는 낯설다. 전기밥솥을 사용 하니 누룽지도 보기 어렵고 숭늉을 만들어 먹는 일도 없다.
온전하게 이해하려면
과거에는 상하수도 시설이 없었다는 것,
우물에서 물을 길어올려야 했다는 것,
전기밥솥이 아닌 냄비나 솥에 밥을 하면 누룽지가 생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기서 머물지 말고 간편 음식으로 파는 누룽지라도 사서 물을 붓고 끓여 숭늉을 만들어 맛본다.
이제 어린이는 '숭늉이라는 낱말을 만진' 것이다.
이런 경험 을 하고 나면 연관된 어휘를 사용해 바른 표현과 글을 쓸 수 있다.
낱말이 몸을 통과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낱말을 만지는 경험은 어휘를 단편적으로 익하는 방법이 아니다. 어휘가 지닌 감각과 역사와 문화를 만나고 이를 나와 관계 맺기로 확장하는 방법이다.
특히 지식 책을 읽을 때, 관심 주제를 만났을 때 개념어를 지대 참아 지식 여행을 하는 길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끝없이 관심사를 추천하듯 새로운 날말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힌다.
역사나 지리와 관련된 어휘라면 그 장소에 가거나 유물을 보면 훨씬 이해가 쉽다. ‘빗살무늬토기'를 글로 읽기보다는 영상으로 보면 이해가 훨씬 빠르다.
이럴 때 유튜브를 사용한다.
물론 부모가 먼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만들어진 자료를 찾는 수고는 감내해야 한다.
언어는 인간이 만든 고도의 추상적 상징어이다.
예컨대 한강과 낙동강과 영산강처럼 비슷한 종류를 일반화해서 우리는 강이라고 부른다.
추론, 유추, 비판 같은 추상적 어휘 역시 마찬가지다.
직접 만저본 낱말은 죽어 있는 어휘가 아니다.
관계를 맺은 어휘다.
어린 시절의 배움은 단어를 암기하는 데서 오지 않고 자극과 놀이를 통해 찾아온다.
어휘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읽기이며 좀 더 집중하고 싶다면 책에서 만난 새로운 어휘의 뜻과 예문을 적는 노트를 마련한다.
독서록 끝에 새로운 어휘를 기록해도 충분하다.
3학년 어린이가 쓴 식물 노트를 본 적이 있다.
아이가 만난 풀이나 꽃을 붙이고 기록하는 노트었다.
비슷하게 곤충, 식물, 여행 등 어떤 주제라도 한 아이가 직접 경험하고 알게 된 새로운 것들의 이름과 어휘를 모아본다.
날말을 만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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